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친구

by 1004들꽃 2016. 1. 29.

친구


숱한 밤을 보내며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갈등했고
문장과 문단이 휘몰아쳐
글도 아닌 글들이 글 행세를 할 때는
술을 마시며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담배연기에 시름을 실어 보내며
푸른 하늘 아래 눈물 흘렸고
붙들고 있기엔 벅차
손을 놓아버렸을 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아야 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면
그가 있는 곳까지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간다
서두를 필요 없이 숨죽이며 다가간다
술을 마시다 놓쳐버린 것들
담배를 피우다 흘려버린 것들
주머니에 뒤죽박죽 쓸어 담아
기우뚱 휘는 허리 부여잡고
한걸음 한걸음 따라서 간다
이보게 친구!
자네, 좀 쉬었다 가세나
한 이십 년 같이 잘 왔지 않은가



2016년 의령문학 20호 주제가 있는 풍경 제출 예정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를 안아주는 방법  (0) 2016.02.02
진물  (0) 2016.01.29
껍데기  (0) 2016.01.21
사람  (0) 2016.01.14
  (0) 201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