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누구든지 견디지 못해서
껍데기 속에서 산다
추위를 못 견뎌 옷을 입고
무더위 속에서도 옷을 입는다
추워서 집안에 틀어 박혀 살고
더워서 집안의 그늘을 찾는다
상처를 달래기 위해
포장된 말을 던지고
그래도 상처받을 때
따뜻한 두 팔로 안아준다
함부로 버려진 말에 걸려
자주 넘어지는 날에는
일어서기도 싫고
다시 돌아가기도 싫어서
그냥 주저앉아 있고 싶어진다
누구든지 껍데기로 위로받지만
껍데기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많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채 버려지고 있다
그 버려지는 것들을 주워서
전시회를 열어도 좋으리라
껍데기와 껍데기 사이에
가려졌던 일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날에는
껍데기를 훌훌 벗어버리고
모두 얼싸안고 춤을 추어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