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에서
목탑인듯 석탑인듯
천년을 버티고 서서
사람들이 올 때마다
핏빛 하늘 생각하며 눈물 흘렸다
눈물도 사람의 일이라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는 것
자꾸 빠지려는 손가락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머리를 갈아치운 비로자나불
석탑 뒤에 버티고 앉아 고개를 갸우뚱
벌써 천년이 흘렀구나
나는 모가지가 잘린 줄도 모르고
손가락을 부여잡고 앉아 있었지만
너는 천년 동안 거기에 서서 무엇을 하였느냐
아직도 생각할 것이 있어
입 다물고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냐
2012 여름 낭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