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당신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선뜻 받지 못한다
너무 반가워하는 나를
들킬까 싶어
벨이 울리는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전화를 받는데
무뚝뚝한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응 응 몇 번 하면
통화는 끝나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가끔 어디냐고 문자 메시지가 오면
답은 간단하다
집
한 글자로 답할 수 있는
한글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답도 한 글자로 온다
알
답이 너무 성의 없다고 하면
물결 표시를 몇 개 붙이기도 한다
어디~~~
집~~~
알~~~
이것으로 모든 대화는 끝난다
목소리보다
글자를 주고받는 전화기
무뚝뚝한 글자에 마음이 다 들어 있다
한 글자에 들어 있는 마음을 풀어서 종이에 옮기면
하루종일 써도 모자랄 것 같아
그래서
그냥
한 글자로 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