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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전화

by 1004들꽃 2020. 7. 4.

전화


당신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선뜻 받지 못한다
너무 반가워하는 나를
들킬까 싶어
벨이 울리는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전화를 받는데
무뚝뚝한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응 응 몇 번 하면
통화는 끝나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가끔 어디냐고 문자 메시지가 오면
답은 간단하다

 

 

한 글자로 답할 수 있는
한글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답도 한 글자로 온다

 

 

답이 너무 성의 없다고 하면
물결 표시를 몇 개 붙이기도 한다

 

어디~~~
집~~~
알~~~
이것으로 모든 대화는 끝난다

 

목소리보다
글자를 주고받는 전화기
무뚝뚝한 글자에 마음이 다 들어 있다
한 글자에 들어 있는 마음을 풀어서 종이에 옮기면
하루종일 써도 모자랄 것 같아

 

그래서
그냥
한 글자로 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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