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개미

by 1004들꽃 2020. 7. 1.

개미


부서지면 다시 짓고
또 부서져도 다시 짓는다
한 번 쯤은 한숨이 나올 법도 한데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집을 짓는다
먹이를 찾아 수만 리를 다녀도
불평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세로 그 모습으로
지치지도 않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또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생각 없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녀는 매일 집을 짓는데
나는 자꾸 부수고 있다
그녀는 말없이 집을 짓고
나는 말없이 집을 부순다
짓는 사람보다
부수는 사람이 더 지쳐
부수기를 포기하고 개미가 되기로 한다
개미가 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다
아무리 집을 지어도
부수지 않아도 된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  (0) 2020.07.08
전화  (0) 2020.07.04
민들레  (0) 2020.06.22
나무  (0) 2020.06.18
돌아갈 수 없는 강  (0) 202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