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를 나무로 보니 나무 같은데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
땅속으로 뻗어가는 뿌리
바람이 볼 때마다 흔들리는 잎
하나하나 살펴보니
나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가지에 달려 있는 수많은 잎사귀들이
해마다 피었다지고
뿌리에도 가지에도
시간만큼의 세월이 쌓이고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지나
따뜻한 햇살 내리는 날
산들바람 맞으며 하늘거리는 나무를 본다
지나온 날들은 모두 나이테에 숨겨 두고
저렇게 밝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땅속 깊이 뿌리내려
살아온 만큼의 세월을 지탱하며
제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
둥치가 굵어지고
뿌리가 깊어지고
잎이 무성해져서
세월 따라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가야 할 길을 혼자서 묵묵히 걸어가는
나무 같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