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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돌아갈 수 없는 강

by 1004들꽃 2020. 6. 16.

돌아갈 수 없는 강


흘러서 이름을 얻는 것은
천년만년 흘러가도 이름을 남기고
흐르지 못하는 것은
한 번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천년만년 지워지지 않는다
가까운 기억이 소멸되는 만큼
먼 기억의 자리는 넓어져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이
기억의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강물은 스스로 거스르지 못하고
물고기들에게 거스름의 자리를 내어 주는데
돌아갈 수 없는 강을 바라보는 사람은
밤이 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새들을 보며
부끄러운 이름을 되새기고 있다
어두운 날들은
윤슬 반짝이는 햇살과 함께 하지 못하고
먼 기억의 빈자리를 더듬고 있다
지나간 날과 다가올 날이 섞여서
조작된 과거가 진실로 바뀌어가고
살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그네
푸념 섞인 한숨만 깊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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