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지기 위해서
얼마나 더 외로워야 할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초조함이다
손에 땀이 나는 일이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며 오는 일이다
슬퍼지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살아가는 나날 중에
어느새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화들짝 놀라곤 한다
소통하지 못하는 날들이
나를 침묵하게 만들고
점점 짙어가는 커피향에 길들어 간다
슬픈 낮달을 핑계로
슬픈 시집을 넘기면 더 슬퍼질 수 있을까
사랑놀음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어
다만 슬퍼짐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
가장 슬퍼진 마음으로
너를 쓰기로 했다
내 속에 네가 녹아들 때까지
시라는 이름을 붙여 너를 쓰겠다
내가 쓰는 대로 너는 춤을 추겠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춤을 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