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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같이 걷는 길

by 1004들꽃 2018. 7. 19.



같이 걷는 길


등을 툭툭 밀치며 뒤 따라 걸었다
먼 쪽으로 난 길을 보지 않고
그저 등만 보며
발을 옮길 수 있는 만큼의 거리만 있으면 되었다
해가 뜨고 지고
길옆에 풀이 자라는 동안
그저 걷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가끔 새가 구름을 스쳐가고
풀잎에 앉은 풀벌레도 제각각 울어 젖혔다
비에 흠뻑 젖은 길이 질척거릴 때는
먼 하늘을 쳐다보고 싶었고
햇빛이 쨍쨍 내리쬘 때는
너의 얼굴을 보며 싱긋 웃고 싶었다
난 너를 방치 했을까
네가 나를 방치 했을까
좁은 길에서도 나란히 걸으며
새의 이름과 풀벌레의 이름을 부르고
구름으로 너의 얼굴을 만드는 것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쳐다보며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같이 걷는 것이라고
등을 스치듯 멀어져간 바람이
이야기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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