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세월의 담벼락에 기댄 그림자
새처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만남보다
기다림으로 평생을 살아가겠다
언젠가 끝날 일이지만
끝의 일은 잊어버리고
구두 굽이 닳아 가는 만큼
세월을 느끼는 것이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가며
멀어지는 일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 찢어 버릴 게 없는 달력 앞에서
새 달력에서 밀려오는
모든 기다림의 날들은 아득했다
오늘도 기다림의 골목길에서
구두 굽을 끌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낡은 구두는
아득한 기다림의 날들 앞에서
희망의 날들을 버리고
희망이 없는 희망으로 살아가면서
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기다림의 희망으로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