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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새벽의 소리

by 1004들꽃 2018. 6. 28.


새벽의 소리


빗소리가 새벽을 연다
열린 새벽에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여행자들이 누워있다
새벽이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든다
눈을 두드리며 들려오는 새벽의 소리
눈을 뜨면 차디찬 연필을
잡아야 하는 손이 두려워
눈을 뜨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려워
어제도 지우고 오늘도 지우고
내일만 있는 하루를 바라지만
새벽의 소리에 실려 오늘은 오고야 만다
뜨거운 심장으로 뜨거운 피로
새벽을 찢고 나와
차가운 연필을 던지고
여행자들의 뜨거운 눈동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새벽이 남긴 부스러기를 말끔히 치우고
이제 그냥 거리낌 없이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절망도 희망도 나였음을 생각한다
내가 나를 포옹하면서
내 속에 있는 빈틈을 채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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