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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송광사에서

by 1004들꽃 2018. 5. 9.



송광사에서



물 바람 새 함께 울다가
물소리 위로 새울음이 겹친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소리를 가르며 간다
송광사 대웅전 앞에 서면 번뇌가 사라지려나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백팔배 하는 사람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일주문 들어서며 속내 떨쳐버리고,
무소유를 생각하며 대웅전 앞에 섰는데
없었던 생각이 자꾸 부풀어 오른다
대웅전에서 일주문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물 한 잔 마시며 율원을 생각해 본다
송광사에 살다보면 중이 될 수 있을까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중이 될 수 있을까
불일암에 다녀오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중이 될 수 있을까
어제 마신 술이 과했는지
횡설수설 떠들어댄 말이 탈이 났는지
송광사 해우소에 쭈그려 앉아 하염없이 똥을 누고
아무 생각 없이 일주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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