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문을 열어야 했다
문을 잘못 열어 낭패를 당한적도 있었고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기도 했다
잔뜩 기대하고 문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날에는
씁쓸하다 못해 신경질이 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문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을 때도
집으로 가는 문을 열었고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문을 열고 나오기도 했다
혹시 문을 닫지 않았나
뒤돌아보기도 했지만
다가오는 문을 열어야 했기에
돌아갈 수 없었다
문을 열 때마다 실수의 무게는 더해갔고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문은 없었다
두려워서 열지 않았던 문이
열고 싶어도 열리지 않던 문이 열렸을 때
그동안 몰랐던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