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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18. 5. 4.




꽃이 피기 시작하면
움츠렸던 날개를 펼친다
붕붕 꽃을 찾아 나선다
누구를 위해서인지 모르고
꿀을 모은다
다리에 묻혀 온 꽃가루는
벌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떨어지고
애벌레는 먹을 것이 없다
토해낸 꽃물을 날개로 말리며
사람들이 먹는 꿀을 만든다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의 대가라고 하지만
벌은 미친 듯이 만든 꿀을
이유도 모른 채 빼앗기고
설탕물만 먹으며 꿀을 만든다
젖먹이 새끼를
멀뚱멀뚱 빼앗기는 암캐처럼
꿀만 만들다 죽어간다
장례식도 없이 쓸쓸히 버려지고
새끼 벌은 트럭에 실려
꽃이 피는 곳으로 간다
일하다 죽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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