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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꽃병

by 1004들꽃 2018. 5. 28.



꽃병


꽃병에 깨끗한 물을 채우고
훔쳐온 꽃을 꽂아 둔다
수시로 물을 갈아주고
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곁에 두고 관리 한다
누군가 훔쳐 가면 어쩌나
누군가 만지지는 않을까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언젠가 술을 한잔 마신 날
몸부림에 꽃병이 넘어갔다
꽃잎 한 닢이 떨어져 버렸다
떨어진 꽃잎이 있던 자리에는
다시 꽃잎이 자라지 않아
교묘하게 풀로 붙여 놓았다
풀로 붙인 꽃잎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꽃의 흉터가 되어버렸다
흐르는 세월만큼 흉터도 많아지고
떨어지지 않은 꽃잎도 윤기를 잃어갔다
꽃병의 물을 갈아주면서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얼마나 정성스러웠을까
얼마나 관심 가졌을까를 생각해 본다
꽃병에 관심이 있었는지
꽃에 관심이 있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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