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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산길에서

by 1004들꽃 2018. 6. 3.



산길에서


뻐꾹새가 뻐꾹 사람들을 반기면
골바람도 쏴아 사람들을 반긴다
뻐꾸기가 꾸벅 인사를 하면 꾸벅이가 된다고
지나가는 골바람이 이야기한다
산 아래에서는 벌써부터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산에 가겠다고 집을 나와
술만 마시다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그래도 운동을 하고 술을 마셔서 다행이라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반긴다
산에서도 이제 술을 못 마시게 법을 만들어
산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서
산 아래에서 술을 마신다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산에서 술을 마실 사람들이구나 생각을 한다
지키는 것과 지키지 않는 것은 양심에 달렸고
법은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든다
그들을 뽑아 준 사람들을
범죄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법을 만든다
범죄와 행복은 비례한다
오늘도 나는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일탈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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