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빈자리

by 1004들꽃 2018. 4. 13.


빈자리


모두 떠나간 텅 빈 자리에도
뒷모습은 남겨져 있다
내 것도 아니고
이제 네 것도 아니게 된
고칠 수도 없는 뒷모습이
텅 빈 자리에 남아
바람이 불 때마다 들춰지는 것들
기억의 파편,
혹은 기억의 침전
떠나간 사람은 말없이 갔지만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상처를 씻어내며 눈물 흘려야 한다
소식도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가끔, 남겨진 뒷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진 속의 얼굴을 쳐다보면
다시 생각날 것 같아
사진을 치우고
떠나간 사람의 흔적을 지운다
빈자리가 익숙해져서
눈물도 나지 않을 때까지
가끔 촛불도 켜 놓고
연속극 주제가도 틀어 놓고
혼자서 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언젠가 빈자리를 두고 떠나는 날에는
모든 기억을 지우고 떠나야 한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콰도르 공연팀 앞에서  (0) 2018.04.23
글쓰기  (0) 2018.04.14
낮잠  (0) 2018.04.08
봄 지나가는 날에  (0) 2018.04.05
기다림  (0) 201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