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사실은

by 1004들꽃 2019. 4. 8.


사실은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설명이 되지 않거나
너무 단순하여 부끄럽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듯이 그대로 적어나가면
설명이 필요 없는 일기가 된다
추상화를 그리듯 적어 놓고
누군가 물어 오면
그건, 독자의 몫이라고 둘러댄다
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탄로날까 싶어
자연을 보며 유유자적 말없는 시인 행세를 하는데
사실은 말이 하고 싶어서
술에 취해 혼자 떠들고 있다
밤새 고민하며 쓴 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워버리고
시를 쓸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댄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위해 쓰던 시가
남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남을 의식하면서 시는 시가 되지 않았다
사진을 보듯이 시를 쓰면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 낯부끄러워지고
추상화를 적어 놓으면
볼 때마다 해석이 달라진다
매일 밤 자서전의 일부를 썼다가 지우고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술잔에 담아
시를 핑계로 마시고 또 마신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깃발  (0) 2019.04.09
봄밤  (0) 2019.04.08
꽃샘추위  (0) 2019.03.26
다시 그곳에 가면  (0) 2019.03.06
비 오는 날 새를 쳐다보며  (0) 201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