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긴 추위를 견디다 잠시
따뜻한 며칠을 지내면서
겨울옷을 치워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봄이 시작되면
떨치지 못한 겨울의 끝자락이
앙상한 어깨 위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대비하지 못한다
당장 필요 없어 버린 것들이
사흘도 지나지 않아 아쉬워지는 것들
두꺼운 옷이 없어
추운 어깨를 견뎌야하는 봄날
알면서도 추워야 하는 것이 서럽다
알면서도 말 못하고
차라리 피해버리는 비겁함이
봄햇살 가득한 날들을
꽃샘추위에 떨게 한다
낮이 길어지는 만큼 따뜻해지려나
춘분이 지난날에도
웅크리고 있는 봄은
누군가의 가슴이 필요하다
가슴과 가슴이 따뜻해지면
시샘을 끝낸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얼었던 마음에 비가 내리겠지
꽃바람 살랑 불어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