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봄밤

by 1004들꽃 2019. 4. 8.


봄밤


술집 창문에는 봄이 서리지 않아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횡설수설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염없이 가버리는 시간이 아쉬워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좋았다
시간만 가고 익지 않는 시는
막걸리 잔에서만 익었다 지고
꽃이 피었다 지는 시간에도
봄은 멀기만 하다
붉은색 네온사인 아래에서
붉은꽃이 되는 꽃을 보면서
봄은 생각하지 않고 색깔만 생각했다
봄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변하지 않는 나를 생각했고
너 또한 변하지 않기를 소원했다
똑같은 꽃이
불빛을 받을 때마다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똑같은 사람을 장소에 따라 달리 대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정해 놓은 옳음에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한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봄밤, 붉게 변한 벚꽃 아래에서
흩날리는 꽃잎 헤치고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
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정처 없이 지나간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컥  (0) 2019.04.10
깃발  (0) 2019.04.09
사실은  (0) 2019.04.08
꽃샘추위  (0) 2019.03.26
다시 그곳에 가면  (0) 2019.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