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집으로 들어오는 아내를 보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그저 세월만 보냈던 지난날 떠올라
울컥 말을 잊는다
문득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 수가 없고
주변인으로 살아온 날들은
당신 또한 주변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준비도 없이
준비할 줄도 모르고
너무 많이 살아 버렸다
돌아간다고 한들 다시 이렇게 살아 올 텐데
돌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고
다만, 당신과 살아온 시간이
지워질까 두려운 것이다
매일 아이들에게 전화하며
보살피는 모습이 애처롭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매순간 솟구치는 울컥을 삼키며
빈 하늘만 공허하게 쳐다보고 있다
엄마에게만 이야기하는 딸 아들
며느리에게만 이야기하는 시어머니
너덜너덜해진 아내를 보며
걸음도 제대로 걸어지지가 않아
그저 울컥울컥 터벅터벅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