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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다시 그곳에 가면

by 1004들꽃 2019. 3. 6.


다시 그곳에 가면


이것으로 마지막이 되겠지 생각했는데
다시 그곳에 갔을 때
한동안 멍하니 있어야 한다
그와 그녀와 그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들려올 때까지
아름다운 것은 선명하게
잠시 눈물 흘렸던 일은 수채화처럼 희미하게
다시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싸우며 견디었던 나날이 녹아있는
그곳에 나는 온전하게 도달할 수 있을까
글자가 되지 않은 날들은
기억에만 기대는 바람같고
앙상한 가지처럼 쓸쓸해진다
지난날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오직 지금을 온전하게 하는 일일 뿐
수없이 지나가는 지금 앞에 서서
빈손을 털털 털며
술 한잔 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내 모든 추억이
술 한잔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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