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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오후 단상

by 1004들꽃 2019. 2. 12.


오후 단상


나뭇잎 산들 흔들리는 오후에는
마음도 조용해져서
지금과 지나온 날들이 겹쳐진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가고
찻집에 앉은 사람들은
가끔 찻잔을 달그락거린다
말이 없어도 말이 통하는 시간
지나간 날들도 창밖의 풍경처럼
소리 없이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누구와 누구
나는 그 누구의 누구였을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지금
지난날의 내가 지금을 꿈꾸는지
지금의 내가 지난날을 꿈꾸는지
알 수가 없다
아침에만 보는 아내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만 가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 때문에 불쌍해져 버린 것 같다
나는 자꾸 고독해져가고
나는 자꾸 혼자가 되어가고
내가 없어서 좋은 날들을 꿈꾼다
바람 한 점 슬쩍 지나가면
창밖엔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시간을 금으로 쓰는 사람들이 비웃을
그냥 보내버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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