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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전정

by 1004들꽃 2019. 1. 25.


전정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자꾸 길어만 진다
미처 자르지 못한 부분은
손을 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어디까지 잘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자라
길어진 부분을 멍하니 바라본다
묵은 가지 잘라내고
새 가지를 길러야 할 텐데
새 가지를 기다리는 모습이
모이도 주지 않고
달걀을 바라는 마음 같다
다음에 꼭 쓸 것 같아서
냉장고 깊숙이 숨어 찾지 못하는 것들
최근에 넣은 봉지가 떨어질까 봐
더욱 꼭꼭 밀어 넣는 미련
버리지 못한 것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잘라내면 돋아나는
새순의 꿈은 멀기만 한가
모두 잘라내고 내가 없어지는 날
새순은 돋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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