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 나선다
겨울을 둘러쓰고 꼼짝 않는
아이들에게 봄을 보여 주고 싶어서
어디엔가 있을 봄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환호성을 지르며 뛰쳐나올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산으로 들로 봄을 찾아 나선다
청둥오리 푸드득 날갯짓하고
냇가엔 얼음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
꿩꿩 자기 이름을 부르며 날아오르는 새
우두커니 섰다가 껑충껑충 달아나는 고라니
먼 산 진달래 향기 스몄다 가고
구름은 산허리에 걸쳐 쉬었다 가네
봄은 온전히 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봄도 아닌 봄이 미리 와 기다리면서
봄 행세를 하며 자리를 차고 앉았네
아이들 웃음 뒤에서 봄은 나서지도 못하고
봄은 봄이라고 이름도 내지 못하고
봄이 오는 소리에 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