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겠다던 일
봄이 저만치 가는데도 그대로 있네
다시 봄이 오는 날 하면 되지
지나가는 봄 물끄러미 쳐다보네
이제 봄은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
무심코 보낸 봄엔 아쉬움 묻어 있고
다가오는 봄은 두려워진다
하루를 보내는 일도 마찬가지라
하루의 뒷모습이 자꾸 쳐다보이는 것은
다시 맞이하는 하루가
영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또 한 해가 지나갔다는 사실이
늙어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사람씩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자꾸 봄은 다가오기만 하고
말도 없이 지나간 봄이 금세 다가오기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