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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달술

by 1004들꽃 2016. 2. 12.

달술


한 달 동안 술을 마시고
정산해주는 술값이 아니라
달을 안주삼아 마시는 술을 달술이라고
어쩌면 달달할 것도 같은
어쩌면 볼이 뽈록해져 씹히지도 않고
이쪽 볼에서 저쪽 볼로 마구 돌아다니는
보름달이 뭉개지며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빠졌다가
한 줄기 속눈썹처럼 그렇게 여리게 태어나 다시
희디흰 엉덩이처럼 눈앞에 둥그레졌을 때
흰 사기잔에 흰 달을 담아 기울이고 또 기울이고
한 달 두 달 마시는 것이다
달목욕 달구두 달거리 달술
달을 따라 눈부시지도 않게
그렇게 자꾸 마시다보면
모르는 사이에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고 늙어서 가고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마시다보면
영 일어나지도 못해
달술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서 영 일어나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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