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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16. 2. 2.


지겨운 일을 지겹도록 하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
지겨운 일일수록 밥을 먹게 하는 일이라
꾸역꾸역 단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밥을 먹는다
지겨운 일로 지쳐서
드러누워 있을 때
밥 익는 냄새가
사람을 일어나게 한다
쓰러진 사람도 일어나게 하는 냄새
밥냄새
나이가 들수록 어째
밥을 먹으면서도
밥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것 같고
늘 빚진 것 같아
자리를 뜨면서도 자꾸 돌아 보이는 것이
밥이 벌떡 일어나
이놈아! 밥값 내 놓아라! 할 것 같은
그래서 자꾸
밥에게 미안해서
할일 없이 밥만 먹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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