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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2010. 7. 27

by 1004들꽃 2010. 7. 27.

토요일과 일요일은 내내 걸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해야 할 일로 천왕봉을 생각했었다. 토요일은 던적회 이름으로 지리산을 찾았다. 아홉 시에 의령에서 출발하여 저녁 여덟시 반 정도에 다시 의령에 도착했다. 천왕봉은 멀고도 멀었고 내려오는 길도 지겹도록 멀었다. 사람들은 끝이 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누구든지 끝이 있기 때문에 덤벼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은 모든 끝나지 않는 것들이 겹겹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07년 봄에 혼자서 똑같은 길을 걸었을 때는 그렇게 멀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이상하리만치 길은 멀었고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서 약 한 시간가량 비를 맞았다. 비와 땀이 섞여 분간할 수 없었다. 지친 몸을 적시는 비는 차라리 축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잠을 청했다. 다음날 다시 기차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휴식이었다. 기차로 군북에서 하동까지 갔고, 걸어서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다시 군북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동의 모래사장을 지나 전라도와 경계인 다리를 지나니 광양시의 변두리였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 전라도 땅을 밟은 것이다. 점심을 먹고 홍쌍리 청매실 농원까지 4.5㎞를 갔다 오기로 했다. 총 9㎞를 걸어야했고, 하동역까지의 거리를 더하면 약 12㎞정도 되는 거리였다. 신동환은 지리산을 다녀온 후라 지치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하동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 25분. 4시 35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걷고 나니 마음이 붕 뜬 기분이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든 돌아가야 할 일상은 시작되었고 시작은 항상 끝을 잉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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