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만나고 있어도 만나는 것이 아닌
설레면서도 설레지 않아야 하는
남이 뭐래도
우린 그렇지 않으면 된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본 듯한
애틋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
그러면서도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거리
가장 꽃다운 시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구멍을 뚫고
구멍에 고백을 한 후 진흙으로 막으면
비밀은 영원히 유지된다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에
비밀을 묻고 돌아왔다
구멍을 막은 진흙에서 풀이 돋아나는 것은 희망인가
회한과 추억만 남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왕가위 감독,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홍콩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