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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봄이 되면

by 1004들꽃 2017. 3. 26.


봄이 되면


봄이 되면 지리산 천왕봉에 가기로 했다
봄이 되면 미뤄 놓았던 편지도 쓰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시도 쓰기로 했다
봄이 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고
책도 읽으면서
나뭇가지에 봄이 맺히는 것을
사진으로 찍기로 했다
먼 산에는 때늦은 눈이 내리고
갈색 나뭇가지에는 꽃망울이 맺혔다
바람이 유난히도 세게 불어
낡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새들은 한꺼번에 날아갔다
시냇물도 돌돌돌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봄이 되면
봄바람을 싣고 달려오는 파도를 보고 싶었는데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고
저 멀리서 지나가고 있었다
방문을 나서지 못하는 나에게
봄은 너무 짧았다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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