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이것이 다시 시작되는 일이라고
내 몸은 말하고 있었다
몸은 몸으로서 꿈틀대었고
그 움직임은 나만이 알 뿐이었다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고
파도에 온 몸이 뒤틀렸다
입술 사이로 빠져나가는 말들은
들뜬 첫사랑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헤어짐은 다만 헤어짐일 뿐인데
헤어짐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통제할 수 없는 헤어짐은
마지막 피를 뿌리며 떠나갔다
당신 없이 살지 않겠다고
당신 없이 한 걸음도 걷지 않겠다고
가증스러운 약속은
말없이 소멸했다
아, 이토록 자유로움이여
아, 이토록 충만함이여
잔잔해진 바다는
평온한 하루를 끌어안고
먼 항해를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