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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이름을 생각한다는 것은

by 1004들꽃 2019. 10. 31.


이름을 생각한다는 것은


바람이 부는 강가에 서서
멀어져가는 산을 바라보며
이젠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들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을 불렀던
윤동주 같은 시인들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이름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요
살아가면서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게 허무해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두렵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일이란 것이
누군가를 만나야 되는 일이라
강가에 서서 바람을 맞는 일과
어떤 이의 희미했던 웃음을 생각하는 일과
자주 불렀던 이름을 생각하는 일이
모두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일이다
유난히 검었던 눈썹과
가을 냄새가 날 것 같았던 눈동자와
끝내 말하지 못했던 입술에 대하여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강가에 서서
자꾸만 서쪽 하늘로 길어지던 그림자를 밟고
패, 경, 옥 이런 이름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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