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1
서쪽하늘로 떨어진 낙조는
늘 미련도 없이 가 버렸다
가끔 미련도 필요하겠지만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침을 꼴깍 삼키듯 가 버리고 만다
미련이 많은 사람들은
간직하고 싶은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다가올 때면
아무 미련도 없이 떠나버린 낙조가
마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것처럼
자기만의 색깔로 그려놓은 낙조를
이야기해준다
마음에만 있는 낙조는
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어서
이야기하는 대로 그저
끄덕여주는 것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가버린 사람은 미련도 없는데
남아있는 사람은
미련스럽게도 미련이 남아
흘러간 세월만큼
많은 색깔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의 가슴에
무슨 색깔로 남고 싶은 걸까
색이 선명하게 칠해질 수 있도록
깨끗하게 닦아 두어야겠다
따뜻한 낙조색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