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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먼 하늘을 보며

by 1004들꽃 2019. 10. 29.


먼 하늘을 보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사람이 그립지 않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사람이 그리워진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느 햇살 가득한 겨울날
담장에 의자를 놓고
등이 의자에 붙은 듯 앉아 있다
담장을 스치는 바람을 머금은 얼굴에는
아득한 그리움을 박아놓고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세는 것도 아니고
술 한잔 즐겨 마셨던 친구들과
가끔 찾아오는 손자의 발소리를 생각하는 것인지
가끔 허공을 향해 미소를 던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가 집
양지바른 담장에
의자를 붙여놓고 앉아
다가가지 못할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문득
그리울 수 있다고
먼 하늘을 보며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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