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기
무슨 미련이 있었는지
꽁꽁 걸어 잠그고 있었다
습기를 품은 무더위가
세상을 꽉 채웠던 날들
익숙해져 있던 것을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다
싸늘해진 바깥공기를 애써 외면한다
꼭 마치고 싶었던 일이 마쳐지지 않았다
내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아쉬워
절기를 허락하기가 어렵다
다가오는 계절을 받아들이면
지나간 계절은 다 잊힐 것만 같아서
미련스럽게도 미련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세월을 정지할 수도 없고
다가오는 것을 외면할 수도 없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름과 가을이 따로 있다
가을을 들이지 않으면
겨울도 맞이할 수 없다
문을 열고 가을을 받아들인다
문밖으로 나가면 가을이 지천으로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