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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글자를 읽다

by 1004들꽃 2019. 11. 12.


글자를 읽다


매일 시를 쓰다가 문득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무수히 쏟아낸 글자들은 구불구불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고 있는데
행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어느새 엉뚱한 생각에 빠져 버리고 만다
글자로 씌어 진 것은 생각인지
그저 글자들을 배열해 놓은 것인지
누군가가 쓴 시를 읽다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하고
낱말과 낱말의 끼워 맞춤을 살핀다
글을 읽지 못하고
글자를 읽는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말과 글자들
서로 이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말과 말이 부딪쳐 피가 흐르는 사이에
나는 영문도 모르고 피를 흘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만다
글자들만 가득한 신문에서는
피를 멈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거대한 글자탑을 쌓아 나간다
글자들이 의미 없이 쌓여가는 동안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글자들을 읽고 또 읽는다
글자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글자에서 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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