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그녀의 계절

by 1004들꽃 2019. 11. 12.


그녀의 계절


그녀의 등짝이
점점 왜소해지는 것 같다
당당했던 어깨가 가을을 닮아가고
희미해져가는 입술 감추느라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그래도 눈가의 잔주름은 숨길 수 없고
머리카락도 잔설처럼 희끗해져서
그녀의 몸에는
온갖 계절이 다 찾아와 있는 것 같다
낙엽처럼 흩어져버린 자식들은
그녀의 가슴에 황량한 바람이 일게 하고
가끔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그녀의 눈에 활짝 꽃을 피운다
안부보다 생활비 모자란다는 소리에
반가움은 잠시 밀어두고
큰소리로 닦달하는 소리는
소나기가 내리듯 다급하지만
금방 화창한 하늘을 보여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계절은
그녀의 등짝에도 어깨에도
살며시 머물렀다 가고
한 계절로 설명할 수 없는
그녀만의 계절을 만들며 간다
그녀의 가슴에서 만들어지는
쓸쓸함 외로움 그리움 추억
내 가슴으로 받아내야 할 그녀의 계절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많이도 울었다  (0) 2019.11.21
낙조 2  (0) 2019.11.14
긍정과 부정  (0) 2019.11.12
글자를 읽다  (0) 2019.11.12
떠나가는 길  (0) 201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