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없었던 일
원래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재수 없게도 꿈에서도 생각난다
괜히 생각나서 나를 망치는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은 자꾸
가물가물 해지는데
떨쳐 버려야 할 것들은
독버섯처럼
잠든 사이에도 돋아난다
백 번도 더 연습했던 말을
하필이면 그때 더듬었던 일
꼭 말해야만 하겠다고 결심했던 일이
하필이면 그때 생각나지 않았던 일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잘못된 일들이
침전되지도 않고 자꾸
재수 없게도 꿈에서 나타난다
중요한 뭔가를 알려주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해주던 그가
하필이면 항상 통화중 신호를
들어야만 했던 일처럼
이 모두가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원래 없었던 일들이
생각 속에서 있었던 일로
바뀌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