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오후
주차장에는 차가 들어왔다 나갔다 분주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는
차 문 닫는 소리만 아득하게 들려오고
이웃집에는 멀리서 살고 있는 아들이 왔는지
아이들 소리 왁자하다
손자 부르는 옆집 아저씨
반가움에 겨워 눈물 섞인 목소리를 낸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강아지 만지기에 바쁘고
돌아보니 어느새 자리를 옮겼는지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다
가끔 울리는 휴대폰 알림소리 따라가 보면
오랜만에 보는 이름으로 도착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만 수북이 쌓여 있고
마누라는 시어머니에게 덜미를 잡혔는지
하루종일 음식 만드느라 분주하다
마누라가 없는 틈을 타서 버릴게 없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창고문을 열었다 닫았다
흩어져 있는 옷가지와 물건들을 치우고
구석구석 쌓여있는 먼지를 닦아낸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에 있으면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이란 게 새로운 누군가를 맞이하고 보내는 일
매년 설마다 찾아오는 음식 만드는 일도 맞이하고 보내는 것
그렇게 매년 새해를 맞이한다
그렇게 매년 익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