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음에도 비가 내리는 것일까
나이 먹어가면서 주책이라고 할까
슬픈 일을 보고도
애꿎은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보는 날들
눈물도 총량제가 있다면
미리 흘려버리고
비 내리는 날에도 우산을 쓸 수 있겠다
우산도 없이 정처 없던 날에
걸음은 저절로 터벅이게 되고
비안개로 흐트러진 산등성이만 쳐다보았다
지나가기 아쉬워
흰구름 남기고 떠난 자리에
눈부신 초록빛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어울리고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비가 내리지 않아도
시린 하늘에 눈물 흘릴 수 있다
되돌아보며 반성하지 못하고
이기심 많은 늙은 아이가 되어가는 것이 슬퍼서
시기하고 질투하던 마음속 응어리
눈물로 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비가 내리는 날에도
눈부신 하늘 아래에서도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다
가야만하기에 주저앉지도 못하고
주어진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