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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밥 2

by 1004들꽃 2019. 5. 21.


밥 2


밥을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가 있다
누구나 한 번 그 지경에 이르면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다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스스로 곡기를 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유롭게 모든 것을 버리고
조용하게 떠나고 싶다
붙들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모든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병실을 찾는 사람들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표정 없는 얼굴들이 미래의 내 모습이구나 생각하면
아찔하고 비참하다
밥을 벌어서 밥을 먹기를 바랐는데
밥은 밥이 되지 않고
죽이 되었다가 포도당이 되었다가 모르핀이 된다
멀쩡하게 있다가 병원에 가면
환자가 되고
환자가 되면 병원의 돈줄이 되고 의사들의 생계가 된다
알 수 없는 모든 검사를 받고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고도 입원해야 한다
경과를 지켜봐야하기 때문에 퇴원할 수도 없다
나의 아픔이 누군가의 돈줄이고 생계가 된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가 행복해지는데
다가올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어서
꼼짝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생각하면
현재가 불안해진다
투명인간이 되면
누군가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혼자만의 명상으로 편안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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