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1
밥 한 번 먹자는 인사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지킬 생각도 하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숨을 쉬듯 스쳐 지나가는 말이다
언제나 숨을 쉬면서
숨을 쉬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밥을 먹는 일과 같다
혼자서도 밥을 먹어야 하고
가끔 전화를 걸어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밥을 먹고 싶은 사람과
밥을 먹기 싫은 사람이 있다
전화를 걸어 밥을 먹을 만하면
밥보다도 술을 마신다
어차피 한 끼 때우는 일이라면
차라리 술을 마신다
밥을 벌어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기 위해 밥을 번다
밥벌이가 지겨워질 때쯤이면
주변에 투명인간이 많아진다
전화기에 입력된 이름은
전화를 거는 목적보다
가려 받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스스로 고립되고
혼자서 밥을 먹는 방법을 찾는다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면
혼자서도 밥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