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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놓친 물고기

by 1004들꽃 2019. 5. 30.


놓친 물고기


낚시꾼들은 항상 추억에 젖어 있다
낚시를 하지 않아도 늘
몸은 물가에 있는 듯 들떠있고
물가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날도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았다 놓친 날이 되었다
다시 물가로 가기 위한 기약인지
다만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고기의 크기는
손으로 다가드는 감촉으로 정해지는데
누구도 낚시꾼의 손이 되지 못해서
물고기의 크기를 꿈꿔볼 수 없는 것이다
낚싯바늘에 주둥이가 헐어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덤벼드는 물고기는
자기의 알에서 부화한 새끼도 알아보지 못하고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삼켜버린다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먼 바다에서 다시 생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오지만
자식들의 냄새도
낚싯바늘의 쇠냄새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람도 물고기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낚시꾼의 손만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팔뚝보다도 더 크고 힘센
놓친 물고기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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