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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이극로

by 1004들꽃 2019. 6. 10.


이극로


이 사람 참
생각할수록 아름다운 사람
해야 할 일 찾지 못하고 서성이는 세월 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
할 일 찾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버린 나날
뜻도 모를 영어간판 쳐다보며 한숨짓던 날
부끄럽지도 않은 사람들 앞에서
혼자만 부끄러워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극로, 의령사람 이극로
이승복과 리현수 내세운
지루한 사상전쟁으로 잊힐 뻔했던 이름
초등학교 운동장 외로이 지키던 소년의 동상은
세월의 풍상에 스러져갔고
다시 뜨는 햇살 가득안고
서러운 우리말 가득안고
똑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끼리
히죽히죽 웃었으면 좋겠다


로스쿨 워드프로세서 홈리스 개그맨 개멋있다
신라장군 이사부가 지하에서 웃었다는데
의령사람 이극로도 지하에서 웃겠다
영어로 된 법을 배우는지
영어로 된 한글문서를 작성하는지
영어로만 말하는 노숙자인지
영어로 웃겨야 아주 멋있는지
잘못되었다며 당신 이름 들먹일 수 있는
참 개멋있는 의령사람 이극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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