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어느 섬 기슭에
파도를 타고 밀려온 거품들의 아우성
보이지 않아 들리지 않는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이 별개의 일이라
캄캄한 밤
별이 뜰 때까지
눈 감고 고개 숙인다
파도 소리 들리는 푸른 바다는 두려워
별이 쏟아지는 밤바다만 찾았고
한 번도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아릅답게만 느껴졌던 별의 이야기가
슬픈 이야기는 아니었던지
별빛에 밀려난 파도의 이야기가
차라리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었던지
애써 외면했던 지난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들이닥칠 때
회한의 눈물도 소용없는 일이 되고
캄캄한 밤바다에서
고개 숙인 채 일어설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