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처럼 온몸으로 울어보았으면
이런 형식의 책으로 ‘키티님’이라는 가상의 인물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안네의 일기』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린시절에서부터 사춘기를 지나는 과정 등 삶의 다양한 부분들이 고백의 형식으로 다가오는 일기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처, 고통, 글쓰기,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책과 보내는 시간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을 떠올려 봅니다. 책을 읽으라고 하면 고문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행복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책을 놓고 살기도 했으며 책 없이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사람. 가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그냥 살아봤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간절하게 목말라하는 영혼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봅니다.
우행시를 쓰면서 “다른 일도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이토록 귀하게 여겨본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라고 했던 작가의 심경과 같이 글쓰기 자체로서 명료하게 깨어 있는 스스로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겠지요. 인간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물레방아처럼 많은 눈물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물레방아처럼 진정 온몸으로 울어본 작가는 얼마나 될까요? 설사 부딪히게 되는 삶의 고통들이 그저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온몸으로 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흔히 작가라고 이름이 붙은 사람들이 늙어서 뭐할 거냐고 하는 질문 앞에 서면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면서 노후를 즐길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일, 죽음을 선고받으면 할 수 있는 일, 그걸 지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가끔 이 나날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풍요롭게 해주는 이 역설의 아름다움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요.”
글이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과 독서량에 따라서 그 색깔이나 맛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진실 된 이야기인가에 따라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도 달라지겠지요. 보통의 경우 큰일을 당한 후에 글도 한 단계 진화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연극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꼭두각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그 옷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으면서 그것이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인데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하면 틀린 말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형식화 된 사회의 구조적인 틀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형식과 틀을 깨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다시 틀을 만들곤 합니다. 모두 털어버리고 새처럼 홀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꿈을 꾸어 봅니다. 물레방아처럼 온 몸으로 울어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외로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오, 나의 연인이여, 빗방울처럼
슬퍼하지 마
내일 네가 여행에서 돌아온다면
내일 내 가슴에 있는 돌이 꽃을 피운다면
내일 나는 너를 위해 달을
오전의 별을
꽃 정원을 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혼자다.
오, 빗방울처럼 흔들리는 나의 연인이여
-「비엔나에서 온 까씨다들」, 압둘 와합 알바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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