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가 적중하여 토요일 밤부터 내린비로 아침을 맞은 남산은 안개로 뒤덮혀 푸근하다
떨어져 내리다 만 나뭇잎 사이로 남산의 전경이 보이는데 일년에 몇번 보지 못하는 광경이다. 대추나무가지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빗방울이 맺혀 있는데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에 흘리는 눈물같다.
안개는 서쪽에서 밀려와 산을 휘감고 돌아서 솟아오르고 산의 정상을 넘어서 간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대추 한 알. 불쌍하다.
촘촘하게 열렸던 대추들이 붉게 물들어 떨어져 내린 대추나무는 이 가을엔 그저 가난해져야 하는가 보다.
가난해진 나무는 다시 겨울을 준비하고 봄을 맞을 기쁨을 차곡차곡 쌓아서
지독하게 불어대는 봄바람 속에서도 기어이 연둣빛 새싹을 밀어낸다.
눈물겹게, 그렇지만 황홀하게.
마당의 모양이 제 스스로 바뀌면서 계절을 난다. 잔디 위에 쌓인 낙엽들을 안고 저대로 겨울을 날 모양이다. 내 손으로 저것들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니 저 황량한 풍경을 겨울 내내 보아야 할 것 같다.
동백나무에 맺힌 저 이슬들은 기어이 꽃을 피울 모양인데 눈물없이 꽃을 피울 수야 없겠지
도대체 언제까지 저 마른꽃은 달려 있어야 할까. 올해 거의 처음 꽃을 피워 낸 수국은 끈질기게도 계절의 문턱을 넘는다. 겨우겨우 넘어서 저렇게 봄을 맞을 모양이다. 찬란한 봄에 다시 만나자. 올해는 이제 그만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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