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김경욱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남녀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생겨나는 오해. 그것도 긍정적인 오해와 부정적인 오해가 뒤섞여 뜻하지 않는, 또는 뜻하는 곳으로 흘러간다.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이 공존하여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관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그 해석을 옳다고 믿고 각자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몸은 자라지만 자신의 속에 가지고 있는 ‘아이’는 세월에 따라 커 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서 자라지 않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 어리광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어서 자신 속에서 함께 커 가는 또 하나의 자신인 어른은 자신속의 아이가 부리는 어리광을 이해하지 못한다. 작가 공지영은 세 번 이혼했다는 것을 스스로 이야기했다. 아니 알려진 사실을 숨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더는 숨길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그녀는 작가적 입장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과 이혼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 “동화처럼”에서도 “명제”와 “장미”는 계속 이혼을 한다. 그 이혼은 “이해”의 부재에서 왔고, 그 이해의 부재는 소통의 부재로부터 왔다. 각자 생각하고 각자 이해했다. 그 이해는 자신을 이해한 것이지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혼을 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이 전부이다. 이혼한 후에 남자는 여자가 왜 그랬는지를 알지 못한다. 여자도 남자가 왜 그런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화의 부재이다.
사람들은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할 말 못할 말이 있다고 한다. 과연 사람들은 이혼장을 앞에 두고서도 할 말 못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할 것인가. 소설은 그저 “미안하다”는 것으로 헤어지고 만다. 헤어진 후에도 그들은 서로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그래서 다시 만나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다시 이혼하고 또 만난다. 만날 때마다 지난번의 부족했던 부분들은 세월만큼 채워져 있다. 그리고 다시 부족한 부분은 고개를 들고 그 부족한 부분은 다시 이혼사유가 된다.
소설처럼 이혼은 마음먹은 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갈등의 관계는 이미 많은 부부들이 몇 번쯤은 겪어보았을 일이다. 갈등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보통의 경우 이해하고 타협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편으로 나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생은 포기의 축적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라는 말이 사랑만큼 잘 맞아떨어지기도 쉽지 않으리라.”고 했다. 어린 시절 대부분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다. 동화의 결말은 대부분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으면 동화가 아닌 것처럼. 그러나 그 행복의 결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쩌면 행복한 그 순간, 또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 지점만 행복할 뿐이고 그 이후의 과정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결혼식의 순간 모든 행복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가서 싸우고 돌아와서 싸우고 살면서 싸우고 아이 때문에 또 싸우고 싸운다. 어쩌면 싸움이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말로 치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관심 없는 사람끼리 싸우는 법은 없다.
작품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작품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장미의 강박관념은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집안일에게 돌아갔고, 작품을 쓰지 못한 책임을 전가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가 보고 있기 때문에 잘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어깨가 굳어 공을 땅바닥에 던져버리는 투수 명제나 다름없는 일이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마치 지난날의 일들을 함축하여 적어 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살아가면서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세월이 흐른 지금 되새겨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읽기에 편안하다.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라서 읽지 말아야 하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말 못하고 포기하고, 이해라는 단어로 치환해버렸던 일들을 마치 나의 일처럼 자연스럽게 진행해 나간다.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속으로만 끙끙 앓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물어보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눈으로 본 사실은 때로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한 상황과 관념에 입각한 마음이 결합하여 서로간의 온전한 이해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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