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 바람이 불면
대숲에 바람이 불면
텅- 텅-
대나무들이 사랑을 한다
스산한 바람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바람이 불 때마다 사랑을 한다
서로 부딪히고 댓잎을 흔들며
통곡하며 사랑을 한다
사랑도 사랑이 아니라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텅- 텅- 통곡을 한다
꽃이 피면 가야한다고
먼 하늘에 핀 꽃구름도
한 방울 눈물이 되어 떠나는 것을
꽃이 아니면 어떠랴
텅 빈 마음으로
떠나가면 그만인 것을
그래도 사랑은 남겨야 한다고
대숲에 바람이 불면
텅- 텅-
대나무들이 사랑을 한다